화창한 어느 날, 그들이 내게로 왔다. -_-

나는 연구실에서 후배와 프로젝트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위이이이잉-위이이이잉하고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고, 나는 또 한 번 본능처럼 그가 가까이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통화 후, 나는 버스정류장에서 메일의 주인공을 기다리면서 생각했다. 전화 목소리를 통해, 뭔가 샤프한 모던보이의 이미지를 상상하고 있었다. 버스가 도착했다. 나는 날카로운 본능으로 바로 알 수 있었다. 짐작했던 대로 멋진 외모의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내게 메일을 보내고, 아이디어를 짜고, 팀을 만들고, 뭔가를 해 보려고 시도하는 바로 그 사람!

 

악수를 청하려고 다가갔고, 그는 웃으며 날 반겼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나와 통화한 그 사람이 아니었다. (?) 내게 말을 건 사람은 이해진이라는 사람이었고, 그 옆에 서 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주상돈. 그가 바로 내게 메일을 보내고 전화통화를 했던 상상 속의 모던보이었던 것이다.

 

내 예상은 벗어났지만, 난 여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를 잡고 그의 기획 아이디어를 경청했다. SNS사이트에 관한 이야기였다. Web은 늘 나의 관심사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건 뭐 별거 아니군했지만 이야기 해 볼수록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마법에 걸린 듯 나는 더욱 빠져들었고, 두 시간 만에 이들과 함께 하기로 굳은 결심을 했다.

 

잠깐 딴 이야기를 좀 하자면, 사실 그 때 나는 맛집 사이트를 준비 중이었다. 이집트에서 먹고 싶은 현지 음식을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먹었던 경험 덕에 (KFC도 인터넷으로 배달시켜 먹었다!!) 평범한 맛집 사이트에 SNS를 추가하여 기능을 정리하면서 관련 특허도 찾아보고, 수익 모델도 나름대로 정하고 있던 차였다. 그래서 SN을 발전시켜 대학가 주변과 외국인을 타깃으로 한 맛집 서비스도 만들어 봐야지 했던 기억도 난다. 조만간 대학가 주변 맛집 서비스도 만들지 모르겠다. ㅎㅎ

 

네 시작은 미약하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해 지리라’(구약 욥기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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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주상돈, 나 한승민이 함께한 루키의 시작은 미약했다. 스폰서도 없었고, 사무실도 없었고, IT벤처 회사에서 개발자에게 개발용 컴퓨터 한 대 줄 수 없었다. 오로지 열정 하나였다. (그래서 전에 사용하던 개발용 서버의 암호는 열정이라는 글자를 변용해서 사용하였다.ㅎㅎㅎ)

그 뿐인가? 처음에 상돈씨가 보여준 기획도, 미약했다. ㅎㅎ 영업 파트인 해진씨는 뭘 해야 할지도 몰랐다. 제대로 된 사이트 기획서도 없는 상태에서 나 역시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를 함께 고민했다. 사무실이 없기에 일단 그룹웨어를 통해 서로의 일정과 의견을 교환했고, 우리는 최강의 개발자, 디자이너, 시스템 관리자가 필요해졌다.

 

2008 7. 나에게 물어본다. ‘우린 창대해진것인가?’

아니 더 창대해지리라.’ 라고 대답한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성공시켜주고 싶은 난, 막장개발자니깐!


Posted by 호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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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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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스물하고 여덟. 자세한 사항은 덮고 가기로 하자. 그냥, 세상에서 여자친구 다음으로 개발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 두자.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우기고 싶어도, 심상치 않은 다크써클이며, 점점 힘에 부치는 체력을 생각하면 며칠을 밤새도 멀쩡하던 때가 까마득하다. 루키 덕분에 밤을 꼴딱꼴딱 새울 때면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는데…?’하는 기분도 들지만, 그래도 그 순간이 좋다. 낚시도 좋아하고, 그림책 보는 것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고, 맛집 찾아 다니면서 먹는 것도 좋아한다.

 

루키와 관련된 내 이야기를 해 보자면, 작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작년 여름, 나는 취업과 진학을 고민하고 있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보였던 시절이다. 이미 잘 나간다는 IT회사 4군데에 서류는 통과한 시점이었고, 대학원도 가확정 됐었고.

 

그러던, 어느날. (알겠지만, 삶의 장면에는 늘 그러던 어느날이 존재한다.) 늘 그렇듯이 메일을 확인하는데 그날 따라 수백 개의 스팸메일이 와 있는걸 확인하고, 이것들을 정리하기 위해 스팸함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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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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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내 눈에 띈 메일이 있었으니, 다소 착하기 그지없고, 맹맹하기까지 하며, 흔해빠진 멘트, 안녕하세요:)”라는 제목의 메일이었다. 그 메일을 열어보는 그 순간이 바로 내 스물 일곱의 무시무시하고 스릴 넘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순간이었음을 그 때는 까맣게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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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을 보고 나서 이건 뭐야~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지워버리기 미안해서 받은 편지함으로 옮겨놓고 하루가 지났다. 다음날, 늘 그렇듯이 메일을 확인하면서 어제 이상하게 눈도장을 찍은 그 메일에 다시 한 번 눈이 갔다. 그날 따라 내가 너무 센치했다. 뭔가에 목마른 느낌도 있었고, 도대체 어떻게 나를 알고 이런 메일을 보냈을까 하는 궁금증에 답장을 보내 보았다. 빨랐다. 2시간 만에 답장이 왔다. 그리고, 나는 두 번째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말았다. 장문의 메일에서 간절함과 참신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우리는 알게 되었고, 메일을 보낸 주인공은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 온다고 했다.

 

뭔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는 기분이 들었고, 난 본능에 충실했다.

그리고
어.느.날. 그들이 내게로 왔다.


Posted by 호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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