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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08 네번째 이야기, 옥탑방에서의 시작 5

군생활을 하면서 한 두 가지 아이디어가 나올 때마다 누가 빼앗아 갈까 숨기기 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면서 의견을 구했다. 왜냐하면 아무리 기발하다고 생각되는 아이디어라고 해도 전문지식이 아닌 이상 내가 생각하는 순간 이미 최소 수 백 명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실행되지 않는다면 어차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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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분대가 변경되어 같은 분대가 된 해진이에게 생각이 날 때마다 이것저것 이야기 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디어들은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거나 개인이 하기에는 불가능한 사업들이 많았다. 해진이는 사업가인 부모님 영향으로 사업적으로 무개념 상태였던 나의 엉뚱한 생각들을 고맙게도(?) 조기에 잘 막아주었다. (…..그래도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 중에는 실제로 지금 사업화되어 투자 받고 진행되는 사업도 있다구!!)

 

여튼 이러한 생활을 하다 1월쯤에 내가 열심히 이용하던 스누라이프(서울대 대학생 커뮤니티)를 보고 대학생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보게 되었고 그 동안 하도 이것저것 말하면서 욕을 먹어 왔던  터라 개인적으로 나름 생각을 정리해보니 정말 괜찮고 생각할수록 연결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되었다. 이번에도 해진이에게 이야기를 해 보았더니 그 동안과는 다르게 끝까지 들어 보고는 괜찮을 것 같다며 같이 해보자고 하는 것이었다!(>_<) 날짜까지는 정확히 생각이 나지 않지만, 이때는 정말 별 생각 없이, 시작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무대뽀 심정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우여곡절 많은 길로 오게 되리라고는 그 때는 상상도 하지 못한, 그런 시절이었다.

 

이후에 남은 군생활을 하면서 해진이와 함께 3개월간 스프링노트에 정리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내가 먼저 5월에 제대했다. 그러나 제대도 했는데 학교 복학도 안 하면서 집에 손을 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던 중 야탑에 살고 있던 군대 선임의 소개로 야탑의 한 옥탑방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했다. 이전에 산 사람이 방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럽게 써서 방 전체를 옥시크린으로 열심히 2~3일 동안 닦았던 에피소드가 기억이 난다. 전에 살았던 사람은 안 그래도 더워 죽겠는 옥탑방에서 컴퓨터 5-6대 놓고 냄새 나는 개랑 살았던지라 방에는 된장국 냄새가 온 방에 케진동(_) 했었다.(;;;) 그러나 방세가 싸서 결국 그 곳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당장엔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과외를 시작했는데 막 제대한지라 연고가 없어서 한여름에 버스를 타고 1시간씩 걸리는 곳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과외를 다녔다. 그리고는 뜨거운(?) 옥탑방으로 올라가서 찬물로 샤워를 하고 2만원 주고 산 조그만 선풍기 바람을 쐬며 기획을 했다. 요즘도 해진이가 그때 옥탑방 시절을 두고 자주 놀리곤 한다. 가구 하나 없는 널찍한 옥탑방에 한여름에 혼자 팬티만 입고 앉아 조그만 상 하나 펼쳐놓고 노트북으로 뭔가 하고 있는 꼴이 내가 생각해도 웃겼을 것 같다.


Posted by 호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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