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야생 드라마
여섯번째 이야기, 본능에 충실하라
호랭이~
2008. 7. 11. 10:47
나 한승민.
나이? ;;;;스물하고 여덟. 자세한 사항은 덮고 가기로 하자. 그냥, 세상에서 여자친구 다음으로 개발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 두자.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우기고 싶어도, 심상치 않은 다크써클이며, 점점 힘에 부치는 체력을 생각하면 며칠을 밤새도 멀쩡하던 때가 까마득하다. 루키 덕분에 밤을 꼴딱꼴딱 새울 때면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는데…?’하는 기분도 들지만, 그래도 그 순간이 좋다. 낚시도 좋아하고, 그림책 보는 것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고, 맛집 찾아 다니면서 먹는 것도 좋아한다.
루키와 관련된 내 이야기를 해 보자면, 작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작년 여름, 나는 취업과 진학을 고민하고 있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보였던 시절이다. 이미 잘 나간다는 IT회사 4군데에 서류는 통과한 시점이었고, 대학원도 가확정 됐었고.
그러던, 어느날. (알겠지만, 삶의 장면에는 늘 “그러던 어느날”이 존재한다.) 늘 그렇듯이 메일을 확인하는데 그날 따라 수백 개의 스팸메일이 와 있는걸 확인하고, 이것들을 정리하기 위해 스팸함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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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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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내 눈에 띈 메일이 있었으니, 다소 착하기 그지없고, 맹맹하기까지 하며, 흔해빠진 멘트, “안녕하세요:)”라는 제목의 메일이었다. 그 메일을 열어보는 그 순간이 바로 내 스물 일곱의 무시무시하고 스릴 넘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순간이었음을 그 때는 까맣게 몰랐다.
메일을 보고 나서 이건 뭐야~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지워버리기 미안해서 받은 편지함으로 옮겨놓고 하루가 지났다. 다음날, 늘 그렇듯이 메일을 확인하면서 어제 이상하게 눈도장을 찍은 그 메일에 다시 한 번 눈이 갔다. 그날 따라 내가 너무 센치했다. 뭔가에 목마른 느낌도 있었고, 도대체 어떻게 나를 알고 이런 메일을 보냈을까 하는 궁금증에 답장을 보내 보았다. 빨랐다. 단 2시간 만에 답장이 왔다. 그리고, 나는 두 번째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말았다. 장문의 메일에서 간절함과 참신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우리는 알게 되었고, 메일을 보낸 주인공은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 온다고 했다.
뭔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는 기분이 들었고, 난 본능에 충실했다.
그리고 어.느.날. 그들이 내게로 왔다.